7월 23일부터 새로운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효됩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상습적으로 불법 콘텐츠 복제물을 유통하는 이용자가
3회 이상 이런 행위를 할 때 개인 계정과 그 행위가 일어난 게시판이 정지됩니다.
그래서 일명 '저작권 삼진 아웃제'라고 불립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위원회에 의뢰를 해서 심사가 이뤄지지요.
정지기간은 6개월 이내이고 물론 정지 이전에 몇 번의 경고조치가 이뤄집니다.

네티즌들이나 진보단체, 민주당 등은 이 조항이 1) 개인계정 정지라는 처벌 수준이 지나치고 2) 자칫 디지털 콘텐츠의 활발한 유통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며 3) 정부 비판 내용이 올라오는 인터넷 게시판을 차단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삼진 아웃제가 프랑스에서 먼저 나왔었죠.
프랑스는 2007년 프랑스 최대 서적 및 음반 유통업체인 FNAC의 데니스 올리비엔이 작성한 올리비엔 보고서를 토대로 저작권 삼진 아웃제를 만들고 올해 입법 절차를 벌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했지만 최근 프랑스 헌법위원회가 IP 차단은 '사법부가 판단할 몫이며 제도로 결정할 것이 아니다'는 취지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위원회는 법 제정 후 위헌여부를 결정하지만 프랑스는 제정 전에도 위헌 여부를 가린다고 하네요..)
프랑스 정부가 다시 법을 가다듬어 입법을 재시도할지, 아니면 폐기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만
헌법위원회가 저작권 위반자의 IP차단 여부를 행정부가 아닌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맡긴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관련기사: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0906110177)

어찌 되었건 프랑스와 우리나라가 삼진아웃제를 들고 나오다 보니 '두 나라의 제도 중 어떤 것이 더 강하냐' 종종 논쟁이 벌어지는데요. 우리나라 문화부는 프랑스는 IP차단인 반면 우리나라는 계정(ID) 차단이기 때문에 프랑스 규제가 더 강하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인터넷 업계 등 다른 진영에서는 IP차단보다는 우리나라의 계정 차단이 실질적으로는 더 강력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논쟁을 보다보면 마치 강한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우리나라 정부도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도 좀 재미있죠^^*)

IP 차단이 더 강력한 제재일까요. 아니면 ID 차단이 더 강력한 수단일까요.

문화부의 말대로 언뜻 보면 프랑스의 삼진아웃제가 더 강해 보입니다. 차단 기간이 1년이어서 우리나라 6개월보다 길구요. IP차단이 인터넷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는 의미이니 더 강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나라마다 인터넷 환경이 다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삼진아웃제가 결코 프랑스보다 약하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인터넷에 접근하는 채널 자체가 다양하지 않고 대부분 학교나 집에서만 이용하기 때문에 IP를 차단하는 것은 인터넷 사용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침해를 하지 않은 가족 등 타 구성원이 IP를 새로 개통하지 않는 한 인터넷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고, 인터넷 접속 방지장치를 설치하도록 의무화 해놓은 것도 강력한 조치입니다.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삼진아웃제 비교>
 구분  우리나라  프랑스
차단 대상  복제 전송자 개인 계정(ID)  침해자가 사용하는 인터넷 계정(IP)
내용 - 개인 계정(e메일만 사용 가능)
- 특정 OSP의 게시판 서비스 
 - IP차단(인터넷 접속 방지장치 설치)
- 처벌 대상자 리스트 작성 및 관리
정지 기간  6개월  1년
자료: 2009년 6월 클린포럼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 장소의 IP가 차단이 되었다고 해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부지기수입니다. 학교, PC방, 회사, 곳곳에 깔려있는 무선 인터넷의 유동 IP 등등. 즉 문화부가 IP차단이 강력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시행하지 않은 것은 약한 걸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반면 우리나라는 SNS, 블로그 등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가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입니다. 몇년간 자신이 써온 블로그나 SNS의 ID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사이버 세상에서 자신의 역사를 잃어버린 것과도 같은 강력한 제재가 되는 것이죠. 얼마든지 새로운 ID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소셜 서비스나 커뮤니티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강력한 제재가 실제 문화부에서 타깃하고 있는 헤비 업로더나 상습적 특수유형의 OSP를 잡는데 제대로 쓰이냐는 점입니다. 상습적으로 불법 콘텐츠를 유통시킨 사람은 법을 위반한 사람이며 형사 혹은 민사처벌의 대상이지 계정 정지로 해결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의문입니다. 특히 상습적으로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계정을 달리해서 지금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저작권 삼진아웃제는 지능적으로 솔솔 빠져나가는 헤비 업로더나 악덕 사업주를 잡기에는 너무 약하고, 일반 네티즌들의 저작권 의식을 고취시키는 목적으로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입니다. 즉 각인 효과 정도는 있겠지만(법이 각인 효과 정도로 쓰이면 안되겠지요..) 그 정도를 위해 굳이 이 법이 만들어져야 하느냐는 것이죠.

이미 만들어진 법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그렇지만 이왕 만들어진 법이라면 후유증 없이 잘 집행하는 게 앞으로 할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즉시 일부 개정을 통해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 10월경에 공정이용에 대한 규정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지켜볼 일입니다.

참고로 법은 이렇게 됐지만 지금 문화부 저작권 정책을 맡고 계신 분들은 상당히 스마트하고 유연한 시각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위원회의 클린 포럼을 통해 저작권자와 인터넷 사업자들의 협의 테이블을 만드는 데도 열심이고 나름 상생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좋은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Posted by 파란잉어

오늘 집으로 돌아오다 라디오에서 뉴스를 들었는데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가 늘고 있지만 부작용이 크다...해서 귀를 쫑긋거렸다.

뉴스의 요지는
온라인 강의를 하면 시험도 온라인으로 치르는 경우가 많은데
학생 여럿이 PC방에 모여 공동으로 답을 작성한다거나
메신저를 통해 답을 주고받는 소위 '부정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앵커는 결론적으로 시험은 오프라인으로 봐야 한다고 끝을 맺었다.

언뜻 들으면 말이 되는 것 같지만
(물론 이 내용을 온라인 강의의 문제점으로 토픽을 뽑은 것은 매우 우습다)
온라인 시대.. 생각은 얼마나 오프라인 스러운가.. 생각했다.

정보가 천지로 공개되고 검색으로 드나들지 못하는 정보가 없는 온라인 세상에서
친구와 PC방에서 만나지 않아도, 메신저로 정보를 주고받지 않아도
이미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는 순간 지식인에서, 카페에서 타인의 지식에 도움을 받게 된다.
친구와 만나 의논해 답을 작성하는 것은 부정행위이고 내가 검색을 통해 인터넷에서 답을 찾아 쓰는 것은 괜찮은 행위인가. 어차피 둘 다 자신만의 지식이 아닌 타인의 지식과 교류한다는 점에서 본질은 동일하다.
퀴즈 프로그램에서 왜 그 사람의 지식만 묻지 않고
한번의 검색이나 친구와의 전화통화 기회를 주는 건 또 무엇인가.

오프라인이 아닌 시공간이 자유로운 온라인 시험을 치른다면 
시험을 치르는 방식과 시험결과를 평가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편적인 지식을 묻고 답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에 접근하는 방법,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
네트워크를 이용한 정보 활용의 노하우를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시험 경향이 바뀌어야 한다.

누군가 말했다.
이제 젊은 세대의 경쟁력은 자기 자신의 머리 속에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식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알고 어떻게 찾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으며'
타인과의 공유와 협업을 통해 지식을 조합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온라인 혹은 인터넷 세상은 인프라가 아니다. 서비스도 아니다.
생각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어야 온전히 다가오는 세상이다.
아직은 혼란스러운 과도기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규제는 말도 못하게 덕지덕지 많아지고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우왕좌왕한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며
누군가는 비난하고, 누군가는 찬사를 보낼 것이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유연함이다.
판이 한번 흔들릴 때는 기존 잣대로
변화의 현상을 재단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지금의 이런 어설픈 불일치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다른 세상이 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 세상이 좀 부드럽게, 상처를 덜 주면서 오도록
많은 대화와 공감이 있어야 할 것 같다.

Posted by 파란잉어
25일자 전자신문 ET칼럼으로 쓴 글입니다.
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사적 공간인 밀실과 사회적 공간인 광장이 조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글에서도 인용했지만 최인훈 작가의 공간과 사람에 대한 통찰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물론 그 당시는 남과 북, 좌와 우, 진보와 보수라는 이데올로기가 워낙 첨예하기 대립하던 때라 그 고민이 더 깊었을 것도 같네요.
그리고 글 아래 인용한 여성 정치 철학자 헤나 아렌트는 칼 야스퍼스의 수제자이자 하이데거의 연인이었다고도 하는데요.. 전체주의에 대한 상당한 식견, 인간이 살아가는 조건 등에 대해 놀라울 정도의 깊이있는 시각을 보여줍니다.
이런 대가들이 우리 앞의 인생을 살고, 또 그 귀한 생각들을 글로, 책으로 남겨주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암튼 이만 총총총...^^

------------------------------------------------------------------------------------------------------
<마루와 다락, 광장과 밀실>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0906240265&title

아파트가 대세를 이룬 요즘 주거 환경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20년 전만해도 다락방이 있는 집이 적지 않았다. 저장할 물건이나 잡동사니를 보관하기 위한 공간이었지만 왠지 다락방에 올라가면 혼자만의 자유, 해방감 같은 게 느껴진다. 사춘기 시절 친구들을 불러 키득거린 곳도, 비밀일기를 쓰는 곳도, 슬퍼질 때 혼자 훌쩍거리는 곳도 거기였다.
 다락이 은밀한 개인 공간이라면 마루(혹은 거실)는 가족이 함께 쓰는 공간이다. 지나다니고, 밥을 먹고, 이야기도 나누는 열린 장소다. 마루의 주인은 신문 읽는 아버지도, 나물 다듬는 어머니도, 숙제하는 아이들도 아닌 가족 구성원 전체이다. 마루와 다락은 공존해야 한다. 비밀일기 하나 쓸 공간이 없는 생활은 얼마나 창백하며, 같이 호흡할 장소 하나 갖지 못하는 인생은 또 얼마나 무상(無常)한가.
사회에는 광장과 밀실이 있다. 광장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적 공간, 밀실은 개인이 은밀한 자유를 만끽하는 사적 공간이다. 쓰임새가 다르니 룰도 다르다. 누군가 다락에 올라와 비밀 일기를 뒤지거나, 아버지가 마루를 독차지해서는 안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소설가 최인훈은 일찍이 그의 기념비적인 소설 <광장>에서 두 공간의 조화와 공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인간을 이 두가지 공간 중 하나에 가두어버릴 때 그는 살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인간은 광장에선 열린 사회적 존재로, 밀실에선 닫힌 사적 존재로 그 자유와 권한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의미이다.
 최근 1년을 돌이켜보면 과연 우리 사회에 광장과 밀실의 공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스럽다. 시청앞 서울광장은 언제부턴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열린 공간’의 기능을 상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 광장의 상징인 다음 아고라는 인터넷 규제의 뭇매를 맞으며 활기가 떨어진 느낌이다. 올바른 광장 문화 조성에 애쓰기보다는 광장 기능 자체를 축소시키는 일부 계층의 편협된 시각은 박제화된 가짜 광장만을 양산한다.
밀실 기능은 더욱 심각하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온라인 정보를 제대로 보호하겠다고 큰 소리친 정부가 모 교육감 후보의 7년치 e메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압수하고, 수사대상이라는 이유로 개인 e메일을 버젓이 공개하는 아이러니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나만의 밀실이 원하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공개되고 파괴된다면 그 충격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는 그의 저서 <인간의 조건>에서 “자기 자신의 사적인 장소를 갖지 못하는 것은 더 이상 인간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잘라 말했다.
두어달 전부터 구글 G메일을 기본 e메일로 쓰는데 주변 사람들이 참 잘했다 한다. 당시에는 다른 이유로 바꾼 것이었는데 사람들이 자꾸 그러니 잘한 일인가 싶다. 새로운 온라인 광장으로 미국 서비스인 트위터가 떠오르는 것도 어떤 점에선 안타깝다. 거창하게 ‘사이버 망명’을 말하지 않아도 권력기관의 행보가 다수 국민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위협을 느끼게 한다면 대안을 찾아 떠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인간으로서 ‘나’라는 존재가 광장과 밀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국가 혹은 정부가 마지막까지도 그 가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2009년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조인혜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 팀장 ihcho@etnews.co.kr

Posted by 파란잉어

운좋게 저작권위원회에서 실시하는 기소유예 대상자 교육에 강사 자격으로 2번 참여하게 됐습니다.  
강사라고 하지만 내 앞에 앉은 사람들보다 저작권을 조금 더 많이 접했다는 입장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풀는 자리였었죠. 두 번 모두 참 어려웠고, 강의가 끝나면 저작권자, 이용자, 정책이 서로 오해하고 엉켜있는 현실에 답답함만 커져갔죠^^;;

강의 대상자의 대부분은 경미한 수준의 저작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기소되는 대신 8시간의 저작권 관련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이들입니다. 경미한 수준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탓인지, 주변 모두가 그 정도 저작권 침해를 했는데 자신만 여기 와 있다는 생각인지 상당수는 재수없다,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앉아 있는 태도에서 느껴졌지더군요. 걔 중 열심히 필기까지 해가며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어 어찌나 감사하던지^^;;

강의 현장에 있어보면 정말 심각할 정도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미비합니다. 당연하죠. 대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교재를 정품이 아니라 학교 근처 복사집에서 제본 사라고 하는 현실에다 공짜 다운로드가 횡행한 디지털 환경에 10년간 길들여졌으니까요. 늘 하던 일인데 어느날 갑자기 법을 어겼다고 경찰서를 오라니 어이없고, 억울할 수 밖에 없죠.
창작자분들한테는 죄송하지만 전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철저히 '상품'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되면 문제 해결이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싶어요. 최소한 우리가 어떤 상품을 살 때는 댓가를 치르니까요. 그리고 최소한 장물을 돈주고 구매하면서 내가 떳떳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이런 인식이 확산되려면 기본적인 사회교육이 뒷받침되야 하는데 정보교육 시간에 이용 문화 부분도 좀 넣었음 하는 바람입니다. 저작권위원회에서 무지 애쓰고는 있는데, 만만치 않은 작업이더라고요. 교육부 설득도 해야하고...교육은 단속에 비해서 결과물이 눈에 드러나지 않으니 좀 소홀한가 이런 생각도 들고요.

이용자들보다 더 답답한 건 저작권자들이죠. 전자신문에 입사하기 전에 모 발효유 업체에 다닌 적이 있는데, 당시 그 회사의 고민은 크게 2개였습니다.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경쟁 상품과 대비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기존의 방문 판매 외에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더 많은 고객을 끌어 당길 것인가. 
현재 저작권 논쟁이 이는 대상은 대부분 문화 '상품'의 성격이 강한 음악, 영화, 만화 등등 이죠.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소비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에요.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는 무지무지  많은 경쟁 콘텐츠 속에서 이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함 결국 생존 기반도 사라지는 거죠. 
저작권 강의할 때 이러이러 한 일이 불법이다 가르쳐줬는데, 고민은 그 다음부터 더라고요. 합법이 뭔지 알려주고 싶은데 "지금은 여의치 않으니 참으세요"란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으니까요. 음악은 그나마 좀 나은 편인데, 영화나 만화, 드라마를 합법적이지면서 현재의 불법 서비스만큼 편하게 제공하는 곳이 한 곳도 없거든요. 불법적인 웹하드나 P2P서비스가 옳은 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어떤 합법 서비스가 나온다면 이용자가 선택받을 정도의 수준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이건 비단 저작권자뿐 아니라 서비스 사업자들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고요.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영화감독이나 소설가, 작사, 작곡가와 같은 창작자들은 시장 환경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창작에만 몰두하는 게 맞아요. 
하지만 이들의 저작권을 대행해 유통하고 돈을 버는 주체들-영화배급사, 음반사, 출판사 등등-은 문화보다는 상품으로써 가치를 극대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키우는데 일조하는 게 역할 아닐까요? 장사치처럼 굴라는 뜻은 아니에요.  어차피 대중문화라는 게 대중이 소비하지 않으면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니, 대중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고민했음 좋겠다는 거죠. 

머 그래도 요즘 이 엉킨 실타래의 한쪽 끝을 찾으려는 가상한 노력들이 시작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끝을 찾았으니 이제 하나하나 풀어가다보면 상처받는 이들이 좀 줄어들겠죠~


덤으로...강의 참석자들에게 들은 법무법인의 작태는 정말 심각합니다. 얘네가 젤 나쁜 놈들 같아요. 시장 형성하는 데 아무 도움도 안주면서 저작권자와 이용자 사이의 갈등만 부추기는--;;
수업 듣는 분 중 3, 4년 전에 블로그에 올린 웹툰 1편까지도 저작권 침해라며 고소당해 왔다는 분의 얘기에 욱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이런 행태는 도의적 문제는 있지만 법적인 문제는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변호사 아저씨의 쓸쓸한 표정과 말이 어찌나 씁쓸하던지...이거야 뭐 네티즌 청원이라도 하던지, 그 회사 삼실 앞에 가서 규탄 궐기대회라도 하던지 해야할 판입니다. 

아 더 쓰고 싶은데, 펀앤펀 마감을 해야해서...완결된 포스팅은 안된듯^^;;

Posted by 물구름

일단은 초반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출시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일 테구요. 전자신문 보도 내용대로 2년 약정 12만원에 출시된다면 가격 메리트도 해외서 판매되는 것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문제는 초반 흥행 이후입니다. 과연 해외에서처럼 다양한 어플이 쏟아져나오고 많은 사용자들이 요금이나 이통사 약정 조건이라는 장벽 없이 새로운 모바일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느냐인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한국어 버전의 다양한 어플을 개발할 개발자 인프라가 탄탄하냐를 볼 수도 있겠지요.

(보도 내용대로 출시된다면 주저없이 지름신이 강림할 것 같은 필자지만) 또다른 우려가 있다면 데이터 정액 요금제입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에서의 아이폰 전용 요금제 수준이 만만치 않습니다. 최소 약 5만원선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해외에서는 워낙 와이파이가 잘돼 있어서 이통사 망을 통하지 않고도 모바일웹을 즐기는 이들이 많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어떻게 될지 알수는 없지만 국내 이통사가 최소 5만원보다 높은 전용요금제를 내놓으면 내놓았지 절대로 낮게 책정하는 일은 없어 보입니다. 만일 그러하다면 아이폰으로 얻을 수 있는 값어치가 지불하는 요금에 비해 기대 이상이어야 하는데 과연 가치있는 경험을 아이폰 구매자가 빠른 시일 내에 얻을 수 있을까요?

다소 비관적이긴 합니다만.. 아이폰 출시가 마냥 기대되지만은 않습니다. 한국 모바일 시장 구조가 사용자에 대한 혜택보다는 통신사 위주로 성장해 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이폰이 가져다주는 혁신적인 경험을 우리 한국 모바일 시장이 적극적으로 껴안을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물론 아이폰 출시가 막판 협상이 깨져 구경 못해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Posted by 세상사랑
지난해 출중한 후배들과 모바일 인터넷 산업 및 시장 현황에 대한 연구 보고서와 기획기사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휴대폰 마니아도 아니고 얼리어댑터도 아니며 그저 휴대폰은 음성 잘 터지고 문자 메시지 흘리는거 없이 전달되면 그만이라는....생각을 갖고 있는 50대 노인층 휴대폰 이용자와 거의 유사한 패턴을 갖고 있는 사용자에 속합니다. ^^;

그런데 얼마전 애니콜 휴대폰 액정이 완전 맛이 가는 바람에 휴대폰을 교체하게 되었는 바... 스마트폰은 왠지 제게 오버스펙이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를 했고, 하도 아이폰 아이폰 해서 그것만은 좀 기다려볼까 했는데 하루라도 빨리 구매하지 않으면 문자를 전혀 못받는 지경에 이른지라.. 어쩔 수 없이 일반 폰 중에 고르기로 했슴다.

음성+문자족일 뿐인 제가 맘 먹고 오즈폰을 구입한 것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순전히 트위터에서 많은 이용자분들의 모바일 인터넷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생생하게 느껴봤기 때문이고... 스마트 폰은 못쓸 지언정 모바일 인터넷이라도 제대로 써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고요..




 <오즈폰 구입 후 기본 홈피를 트위터로 지정해 놓았다. 오즈 버튼을 두 번 누르면 바로 트위터 사이트로 이동한다.>


3년전 애니콜+SKT를 쓸 때는 무선 인터넷은 접속도 어렵고 네이버를 찾기도 힘들어 아예 들어가지를 않았다면
최근까지 애니콜+KTF는 약간 편리해진 인터페이스와 접속경로로 기웃기웃 거리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슴다.

암튼 무제한 웹서핑이라는 오즈 정액제에 가입한지 3주 남짓...
음성+문자족이었던 제가 요즘 모바일 인터넷을 쉽게 넘나들며 여가도 즐기고 정보도 찾는 나름 준파워 모바일 유저 정도는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최근 입원 기간 중 휴대폰을 끼고 살며 자유자재로 웹서핑을 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물론 남들은 벌써 다한 거지만.. 부끄부끄..ㅎㅎ) 

넓은 집에서 살다가 좁은 집에서 다시 살라고 하면 난감해지 듯,
와인의 맛에 익숙해지면 어릴 때 그렇게 맛있게 홀짝거리던 진로 포도주 맛이 영 아니 듯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어려운 법이라고 했나요...
(뉴욕대 클레이 셔키 교수도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책에서...에서 비스꾸무리한 말을 하신 듯 한데^^)
 
따라서 이전 이용 행태들에 비하면 모바일 인터넷에 관한 손쉬운 접근 경로를 제공한 LG텔레콤과 오즈 정액제는
적어도 제게는 획기적인 휴대폰 인터넷 이용 패턴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겠슴다.

물론 아직 인터페이스가 편안한 것은 아니고 조작이 힘겨울 때도 있지만
정액제의 장점과 즐겨찾기 사이트를 지정하고, 초기 화면을 구성할 수 있는 점만으로도 기존 모바일 인터넷 장벽을 한단계 훌쩍 뛰어 넘는 듯 하네요. 




<오즈 버튼을 누르면 몇개의 주요 포털 메뉴가 떠서 쉽게 네이버 같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사실 이통사 입장에서도 웹서핑은 무제한이지만(실제로는 용량이 있지요..다만 그 크기가 일반인들이 쓰기에는 매우 방대한 것일 뿐) 음성 과금은 되는 것이니 많이만 쓴다면 손해볼 일이 없다는 생각입니다.(시뮬레이션을 해봐야 정확한 손익계산이 나오겠지만 어차피 미래 시장은 현재의 시뮬레이션이 절반 밖에 얘기해주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있지요)

또 웹서핑을 하다보면 콘텐츠 다운로드도 하게 되고, 쇼핑 같은 것도 하게 되니... 궁극적으로 많이 쓰게 만들어서 수익을 창출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듯 하구요...(한달 후 제 요금을 확인하면 의미있는 수치들이 나올 것도 같다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쓰지 않았으나 막상 쓸 수 있는 기능이 괜찮게 주어지고 보니 쓰게 되고 그래서 필요가 만들어진다는..즉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어젠더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런 초기의 경험은 더 나아가 스스로 어플을 다운로드 하고 확장하는 스마트폰으로의 점프를 훨씬 더 쉽게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통사들이 주도하는 혁신의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그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오픈마켓으로 나와야 할 것 같구요.
더 힘들지도 모르지만 머무르는 것은 너무 치명적인 선택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아이폰은 외부로부터 시작되는 모바일 혁신의 상징적인 아이콘인 듯 하네요~^^



<출퇴근시 듣는 FM음악... 내 친구들이다~^^>

Posted by 파란잉어
 스마트폰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이동통신 시장의 핵으로 등장했습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과 단말 제조사들의 대응이 뒤늦은 감이 없지 않는데요, 변화의 움직임 속에서 무선인터넷 성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콘퍼런스가 지난 6월 18일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 주관으로 열려서 이통3사의 하반기 전략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KT, 구 KTF의 전략인데요, KT는 이동통신사가 보유한 LBS나 단말정보, SMS 등 핵심API 활용을 통한 오픈 BM을 하반기 망개방 활성화 전략의 주요 축으로 삼았답니다. 그러면서 월드가든 형태의 폐쇄적인 구조로는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당연하고도 누구나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발표 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니 KT의 전략이라는 오픈 BM이라는 것이 KT가 제공하는 유무형 자원을 지원해서 이에 대한 댓가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지금까지는 단말정보/고객인증 등 최소 수준의 API를 비즈니스파트너에게 지원했지만 LBS/SMS 등 핵심 API 지원하고 외부에서 사용 요구가 있는 KT API를 판매하는 비즈니스모델을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API 공개할 테니 모바일웹용 어플리케이션 개발하려면 돈내고 사서 써라는 얘기죠. 어처구니없습니다. 오픈API 전략에 입각해 성공한 구글과 애플의 사례를 굳이 들지 않아도 KT가 말하는 이러한 방향의 오픈BM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API 자원이 이동통신사의 자산이기 때문에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우긴다면 뭐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가뜩이나 부족한 국내 어플 개발자들에게 먹힐까요? 괜한 반감만 사지 않을까 괜시리 걱정됩니다.

Posted by 세상사랑

아이폰 떡밥과 안티 떡밥이 연일 모니터 화면을 달구는데요..

아이폰이 나온다고 한국 소비자들이 엄청 좋아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일단 DMB를 중요시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고요.

이 아이튠즈라는 거, 이거 생각하기에 따라선 상당히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폰 앱이라는게, 편리한 것도 많지만, 사실 자잘한 것들인데 그거 하나 받자고 이 무거운 아이튠즈를 깔아서 써? 뭐 어케 쓰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우리나라에선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음악도 살 수 없고.
 
물론 소수의 오피니언 리더층을 공략하는 것은 숫자 이상의 힘을 발휘합니다만. 어쨌든.
 
ps. 아이팟의 강력한 팟캐스트 기능을 영어공부 지름길로 마케팅하면 가능성 있을 듯. 온라인 교육 업체랑 손잡고 아이튠즈에서 인강도 바로 다운받을 수 있게 하고! 공부 시키려는 엄마와 예쁜 물건 찾는 아이들의 수요 일치! 

Posted by 낮은목소리

세계 인터넷의 대세, 수퍼 hype! 최근 이란 사태 보도에서 CNN을 KO시킨 인터넷 서비스!

바로 트위터입니다. 요새 트위터가 난리입니다. 국내에서도 사용자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IT 얼리어댑터들의 좁은 커뮤니티이긴 합니다만, 열기는 보통이 아닙니다.

왜 이렇게 트위터는 인기일까?

준 컴맹인 제가 몇달 동안 트위터를 써 보며 느낀 바, 트위터는 투입 대비 효과가 가장 큰 소셜 서비스인 듯 합니다.

싸이월드 해 보신 분들은 다 알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홈피' 관리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장난이 아니게 되죠. 사람들이 한창 재밌게 쓰다가 결국 나가 떨어지는 것도 주로 그런 이유고요. 

트위터는 '140자 제한'이라는 설정 자체가 SNS 관리에 드는 '투입'을 최소화하는 한편 (그리고 모바일에 적합한 서비스로 만드는 한편), 퐐로우(follow)와 @리플라이 방식으로 나와 (느슨하게) 연결된 사람들의 글을 한 화면에 보여줌으로써 소셜 네트워킹 효과는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어요.

와글와글한 공간에서 뭔가 생각지도 못했던 정보를 받고, 또 자신도 자기가 아는 정보를 툭툭 던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게 되죠. 개인적인 유대감과 정보 습득이 묘하게 결합된 형태라 할까요.



흔히 트위터와 비교되는 '미투데이'나 '플레이톡'은 '150자 제한'이라는 점에서 투입을 최소화한 것은 같지만, `소셜'의 효율은 좀 떨어진다는 느낌입니다. 미투데이는 말 그대로 블로그의 축소판. 미투와 그 미투에 대한 댓글 내지는 핑백으로만 소통할 수 있고, 다른 유저와의 느슨한 연결은 쉽지 않죠.
눈에 보이는 투입은 '150자'로 얼마 안 되지만 다른 유저들과 교류하며 커뮤니티의 재미를 느끼려면 상당한 정서적 투입이 필요합니다.
 
플레이톡은 모든 회원들의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라운지' 기능이 있고, (그리고 아마 운영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상당히 와글와글한 커뮤니티의 분위기가 있죠. 하지만 라운지는 나와 무관한 글들이 올라오는 곳이니까 트위터의 'home' 화면보다는 개인적인 느낌이 많이 약하죠.
 
언제든 트윗 가능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들과 휴대폰/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사람들이 '항시 접속' 상태가 되고 여기에 140자라는 간단한 작동원리가 결합돼 트위터는 말 그대로 실시간 대화장이 됐습니다.
이는 다시 눈덩이처럼 굴러 더 큰 관계망을 형성하고요. 뉴스 속보+지식in+자기 표현+정보 필터의 역할을 동시에 하니 사람들은 더 빠져들 수 밖에 없습니다.. 

트위터는 정말 천재적인 서비스인 듯 합니다. 심지어 회사로서의 트위터도 투입을 최소화해 서비스하고 있죠. 트위터 웹서비스에는 @ 리플라이와 다이렉트 메시지 정도의 기능만 있는데, 수많은 서드파티 업체들이 수많은 기능을 추가한 트위터 애플리케이션들을 내놓고 있죠.

트위터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미래가 기대됩니다. 그래서 구글도, 애플도 트위터를 사겠다고 나서는 거겠죠.
Posted by 낮은목소리

지난 6월 9일 새벽. 인터넷 세상은 기대와 설레임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현지 시각으로 8일 미국에서 열린 애플의 세계 개발자 회의(WWDC 2009, Apple Worldwide Developer Conference)에 많은 네티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아이팟이라는 MP3플레이어로 전세계 IT시장을 강타한 애플은 이 날 스마트폰 ‘아이폰’ 신제품 발표와 한국 시장 출시 여부를 공개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었다. 네티즌들은 아이폰이 이번만큼은 한국에 상륙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행사가 열리기 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될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정보가 떠돌아 다닐 정도였다. 그러나 기대한 만큼 네티즌들의 실망은 컸다. 새로운 아이폰 3GS가 6월 19일부터 판매될 예정이라는 발표와 함께 공개된 판매 국가 국기 목록에서 태극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IT 강국은 허상이고 우리나라는 모바일 후진국이 됐으며 이는 모두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폐쇄적인 정책 때문이다’는 네티즌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한국 네티즌들은 왜 이토록 애플 아이폰 출시를 기대한 것이며 이통사를 성토한 것일까.
 
# 아이폰은 모바일 인터넷 시장의 ‘태풍’
아이폰은 PC나 노트북처럼 무선 인터넷을 자유롭게 실행하고 전자캘린더·지도·인터넷전화(VoIP) 등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라는 온라인 장터를 통해 자유롭게 판매·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다. ‘손안의 PC’로 불리는 스마트폰 시장은 오는 201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약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휴대폰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통하고 있다.
아이폰은 앱스토어를 내세워 출시된 지 1년 반만에 전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을 단숨에 1%대로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것도 단일 모델로 이뤄낸 성과여서 특히 주목받았다. 애플 앱스토어 애플리케이션 누적 등록 수는 올해 초 1만5000건을 훌쩍 넘겼으며 애플리케이션을 아이폰에 다운받은 건수는 5억건을 돌파했다.
게임·지도·소셜네트워킹·블로그·인터넷전화·일정관리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개발, 사고 팔 수 있는 앱스토어는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결제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 ‘오픈마켓’ 모델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
때마침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3위를 바라보고 있는 LG전자가 지난 11일 개방형 앱스토어를 전세계에 동시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휴대폰 ‘아레나’ 출시 기자간담회에서다. 애플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했음은 거론할 필요가 없다.
아이폰 한국 시장 출시에 대한 네티즌들의 어찌 보면 과한 기대감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앞선 이동통신 인프라를 갖춰 놓고도 쓸만한 모바일 콘텐츠가 없고 모바일 콘텐츠를 사용하고 싶어도 값비싼 통신요금에 엄두가 나지 않는 한국의 엄지족의 기대와 실망은 당연한 것이었다. 다양한 모바일 인터넷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도 장벽이 너무 많은 것이다. PC를 쓰듯이 모바일 인터넷을 쓸 수 있고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다운받을 수 있는 아이폰은 ‘얼리어답터’라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 CP 몰락의 쓰라린 경험 겪은 한국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우리나라의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블루오션이었다. 너도나도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었고 벨소리, 배경화면 등 폰꾸미기 시장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한국 모바일 시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지난 2005년 이후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발간된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의 시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바로미터격인 모바일 음악 시장은 2007년 1703억원 규모로 전년에 비해 8.5%나 줄어들었으며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도 수년간 2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같은 시장 정체는 모바일 콘텐츠제공업체(CP)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말 기준으로 모바일 CP 개수는 249개로 불과했다. 업계 추산으로 300∼400여개의 모바일 게임업체는 113개로 대폭 줄었다. 흔히 모바일 인터넷 천국으로 일컬어지는 일본 이동통신사업자 NTT도코모에 등록된 CP 개수가 6034개인 점에 비하면 초라하다.
이같은 수치는 우리나라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유자재로 선택하고 활용하고 즐기는 콘텐츠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이동통신사업자가 주도한 폐쇄적인 모바일 콘텐츠 시장 구조가 낳은 결과다.
 
# 결국 관건은 이동통신사업자
지난 6월 1일 거대 통신기업이 정식 출범했다. KT와 KTF가 공식적으로 합병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6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KT의 KTF 법인합병 인가조건에 따라 KT가 지난 5월26일 제출한 ‘무선인터넷 초기접속 경로 개선 이행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KT의 휴대전화 가입자들이 휴대폰을 통해 네이버나 다음 등 외부 포털 사이트로의 접속을 자유롭게 하라는 방통위의 인가 조건의 실행 계획이었다. 계획에 따르면 KT는 무선인터넷 접속 최초 화면에 영문 홈페이지 주소 검색이 가능한 주소 검색 창을 구현할 예정이다. 또 무선인터넷 접속 최초 화면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바로가기 아이콘을 생성, 삭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 9일에는 SK텔레콤이 무선인터넷 접속화면에 검색창과 바로가기 아이콘을 둬 이용자가 원하는 사이트에 손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개선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SK텔레콤은 6월 이후 출시하는 신규 단말기로 모바일인터넷에 접속하면 최초 화면에 주소검색창이 구현되고 원하는 사이트에 바로 접속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지난해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텔레콤) 인수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부여한 무선인터넷 망 개방 조건 이행에 따른 것이다.
말하자면 휴대폰에서도 PC와 같이 웹브라우저를 실행하는 인터넷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모바일 사이트에 자유롭게 접속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네이트·매직엔·이지아이라는 이통사가 운영하는 모바일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서는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었다. 때문에 다양한 모바일 사이트와 콘텐츠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이용자 선택권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값비싼 통신요금은 무선인터넷 울렁증을 낳을 정도로 사회적 이슈화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정부 당국의 이러한 조치가 7년 전인 2002년에도 있었다는 점이다. 2002년 당시 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 인가조건에 모바일 인터넷의 접속 경로 및 무선통신망 연동장치 등을 외부 포털 및 콘텐츠 사업자게 개방을 의무화하는 조건을 명시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통사들이 조건을 이행하는 모양새다.
 
# 더이상 ‘失機’는 없어야
이러한 폐쇄적인 이동통신사업자의 행태가 한국 무선인터넷 시장을 초라하게 만들다는 지적이 타당성을 얻는 이유다. 소비자의 마음을 떠나게 했으며 간접적으로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몰락을 가져온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아이폰 한국 출시 불발의 불똥이 왜 이동통신사업자에게 돌아갔는지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가령 한국의 휴대폰에서 벨소리를 다운받기 위해서는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모바일 사이트에 접속해 접속료와 가격을 지불하고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이폰은 이동통신망이 아닌 와이파이(WiFi)라는 무선 인터넷존으로 접속이 가능한데다 컴퓨터와 연결해 아주 간단하게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의 데이터통신 매출 감소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섣불리 아이폰을 한국에 들여올 수 없는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포화상태다. 4000만 휴대전화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음성 통화 시장 성장은 더이상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역으로 모바일 인터넷 시장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며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모델과 이동통신사업자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주장 뒤에는 혁신적이면서도 앞서가는 서비스와 제품을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국민들이 있다. 그들은 아이폰의 한국 출시와 다양한 모바일 인터넷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Posted by 세상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