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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5 한국은 모바일 후진국?? (2)

지난 6월 9일 새벽. 인터넷 세상은 기대와 설레임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현지 시각으로 8일 미국에서 열린 애플의 세계 개발자 회의(WWDC 2009, Apple Worldwide Developer Conference)에 많은 네티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아이팟이라는 MP3플레이어로 전세계 IT시장을 강타한 애플은 이 날 스마트폰 ‘아이폰’ 신제품 발표와 한국 시장 출시 여부를 공개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었다. 네티즌들은 아이폰이 이번만큼은 한국에 상륙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행사가 열리기 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될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정보가 떠돌아 다닐 정도였다. 그러나 기대한 만큼 네티즌들의 실망은 컸다. 새로운 아이폰 3GS가 6월 19일부터 판매될 예정이라는 발표와 함께 공개된 판매 국가 국기 목록에서 태극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IT 강국은 허상이고 우리나라는 모바일 후진국이 됐으며 이는 모두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폐쇄적인 정책 때문이다’는 네티즌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한국 네티즌들은 왜 이토록 애플 아이폰 출시를 기대한 것이며 이통사를 성토한 것일까.
 
# 아이폰은 모바일 인터넷 시장의 ‘태풍’
아이폰은 PC나 노트북처럼 무선 인터넷을 자유롭게 실행하고 전자캘린더·지도·인터넷전화(VoIP) 등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라는 온라인 장터를 통해 자유롭게 판매·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다. ‘손안의 PC’로 불리는 스마트폰 시장은 오는 201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약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휴대폰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통하고 있다.
아이폰은 앱스토어를 내세워 출시된 지 1년 반만에 전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을 단숨에 1%대로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것도 단일 모델로 이뤄낸 성과여서 특히 주목받았다. 애플 앱스토어 애플리케이션 누적 등록 수는 올해 초 1만5000건을 훌쩍 넘겼으며 애플리케이션을 아이폰에 다운받은 건수는 5억건을 돌파했다.
게임·지도·소셜네트워킹·블로그·인터넷전화·일정관리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개발, 사고 팔 수 있는 앱스토어는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결제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 ‘오픈마켓’ 모델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
때마침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3위를 바라보고 있는 LG전자가 지난 11일 개방형 앱스토어를 전세계에 동시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휴대폰 ‘아레나’ 출시 기자간담회에서다. 애플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했음은 거론할 필요가 없다.
아이폰 한국 시장 출시에 대한 네티즌들의 어찌 보면 과한 기대감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앞선 이동통신 인프라를 갖춰 놓고도 쓸만한 모바일 콘텐츠가 없고 모바일 콘텐츠를 사용하고 싶어도 값비싼 통신요금에 엄두가 나지 않는 한국의 엄지족의 기대와 실망은 당연한 것이었다. 다양한 모바일 인터넷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도 장벽이 너무 많은 것이다. PC를 쓰듯이 모바일 인터넷을 쓸 수 있고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다운받을 수 있는 아이폰은 ‘얼리어답터’라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 CP 몰락의 쓰라린 경험 겪은 한국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우리나라의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블루오션이었다. 너도나도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었고 벨소리, 배경화면 등 폰꾸미기 시장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한국 모바일 시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지난 2005년 이후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발간된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의 시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바로미터격인 모바일 음악 시장은 2007년 1703억원 규모로 전년에 비해 8.5%나 줄어들었으며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도 수년간 2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같은 시장 정체는 모바일 콘텐츠제공업체(CP)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말 기준으로 모바일 CP 개수는 249개로 불과했다. 업계 추산으로 300∼400여개의 모바일 게임업체는 113개로 대폭 줄었다. 흔히 모바일 인터넷 천국으로 일컬어지는 일본 이동통신사업자 NTT도코모에 등록된 CP 개수가 6034개인 점에 비하면 초라하다.
이같은 수치는 우리나라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유자재로 선택하고 활용하고 즐기는 콘텐츠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이동통신사업자가 주도한 폐쇄적인 모바일 콘텐츠 시장 구조가 낳은 결과다.
 
# 결국 관건은 이동통신사업자
지난 6월 1일 거대 통신기업이 정식 출범했다. KT와 KTF가 공식적으로 합병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6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KT의 KTF 법인합병 인가조건에 따라 KT가 지난 5월26일 제출한 ‘무선인터넷 초기접속 경로 개선 이행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KT의 휴대전화 가입자들이 휴대폰을 통해 네이버나 다음 등 외부 포털 사이트로의 접속을 자유롭게 하라는 방통위의 인가 조건의 실행 계획이었다. 계획에 따르면 KT는 무선인터넷 접속 최초 화면에 영문 홈페이지 주소 검색이 가능한 주소 검색 창을 구현할 예정이다. 또 무선인터넷 접속 최초 화면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바로가기 아이콘을 생성, 삭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 9일에는 SK텔레콤이 무선인터넷 접속화면에 검색창과 바로가기 아이콘을 둬 이용자가 원하는 사이트에 손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개선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SK텔레콤은 6월 이후 출시하는 신규 단말기로 모바일인터넷에 접속하면 최초 화면에 주소검색창이 구현되고 원하는 사이트에 바로 접속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지난해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텔레콤) 인수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부여한 무선인터넷 망 개방 조건 이행에 따른 것이다.
말하자면 휴대폰에서도 PC와 같이 웹브라우저를 실행하는 인터넷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모바일 사이트에 자유롭게 접속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네이트·매직엔·이지아이라는 이통사가 운영하는 모바일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서는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었다. 때문에 다양한 모바일 사이트와 콘텐츠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이용자 선택권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값비싼 통신요금은 무선인터넷 울렁증을 낳을 정도로 사회적 이슈화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정부 당국의 이러한 조치가 7년 전인 2002년에도 있었다는 점이다. 2002년 당시 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 인가조건에 모바일 인터넷의 접속 경로 및 무선통신망 연동장치 등을 외부 포털 및 콘텐츠 사업자게 개방을 의무화하는 조건을 명시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통사들이 조건을 이행하는 모양새다.
 
# 더이상 ‘失機’는 없어야
이러한 폐쇄적인 이동통신사업자의 행태가 한국 무선인터넷 시장을 초라하게 만들다는 지적이 타당성을 얻는 이유다. 소비자의 마음을 떠나게 했으며 간접적으로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몰락을 가져온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아이폰 한국 출시 불발의 불똥이 왜 이동통신사업자에게 돌아갔는지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가령 한국의 휴대폰에서 벨소리를 다운받기 위해서는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모바일 사이트에 접속해 접속료와 가격을 지불하고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이폰은 이동통신망이 아닌 와이파이(WiFi)라는 무선 인터넷존으로 접속이 가능한데다 컴퓨터와 연결해 아주 간단하게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의 데이터통신 매출 감소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섣불리 아이폰을 한국에 들여올 수 없는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포화상태다. 4000만 휴대전화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음성 통화 시장 성장은 더이상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역으로 모바일 인터넷 시장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며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모델과 이동통신사업자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주장 뒤에는 혁신적이면서도 앞서가는 서비스와 제품을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국민들이 있다. 그들은 아이폰의 한국 출시와 다양한 모바일 인터넷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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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상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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