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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5 사이버모욕죄 등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가 어려운 이유

지난 3일 프레스센터에서는 방통위, 문화부, 주한 영국 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디지털 시대 표현의 자유...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유인촌 문화부 장관, 마틴 어덴 주한영국대사, 한스 하인스브룩 주한 네덜란드 대사 등 쟁쟁한 국내외 귀빈들이 모이는 큰 행사였죠.(그런데 의외로 이 행사가 잘 알려지지 않았더라구요~)

이날 행사에는 의미있는 발표들이 꽤 많았습니다. 저작권 관련한 내용, 표현의 자유와 타인의 권리 보호의 관계, 인터넷 규제에 대한 토론 등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띈 내용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발표한 것입니다. 정두언 의원은 '인터넷 공간의 규제와 표현의 자유: 바람직한 인터넷 정책의 정립을 위해'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정두언 의원의 토론회 발표문
1. 사이버모욕죄-인터넷이 그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가중처벌을 한다는 논리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또 신설된다 해도 네티즌들이 법을 피해가는 우회적인 방법을 개발하여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침해를 가져오는 반면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2. 제한적 본인확인제-정부의 기대와 달리 사이버 공간에서의 악성 댓글, 모욕 등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타인 명의 도용 등의 회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외국계 기업이 해외에 서버를 둔 경우 국내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우므로 규제의 형평성 차원의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

3. 임시조치(블라인드제)-ISP에 의한 자의적 판단의 남용이 민간기업에게 과도한 검열의 권한을 부여할 수 있고 또 임시조치 남용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가져올 수 있다.

4. 모니터링 의무화-모니터링에 따른 비용 부담은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감소를 유발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인터넷 산업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업자들의 공감대가 우선적으로 형성되어야 하며 외국계 기업과의 형평성, 이용자 유출의 문제, 중소사업자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 등이 고려돼야 한다.

5. 종합적으로 볼 때 기술 및 커뮤니케이션의 급격한 변화를 반영하고, 이용자를 배려하며,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인터넷 정책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현단계에서 민간 자율규제가 가장 타당한 규제 방식이다.


즉 이 내용들이 들어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죠. 인터넷 규제를 일제히 외치는 여당의 국회의원이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날 행사에 참석한 토론자들도 "더 이상 논쟁할 것이 없다"고 얘기할 정도였으니까요. 정의원은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장이어서 물론 인터넷 규제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시각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여당의 핵심 인사라는 점에서 굳이 당이 입법발의한 내용을 비중있는 대외적인 행사에서, 그것도 이처럼 강력하게 부정하는 주장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합니다.

발제문 내용과 함께 정의원이 행사장에서 발언한 내용을 보시면 더욱 그렇습니다.

“사이버모욕죄·임시조치(블라인드제)·모니터링의무화 등 여당이 발의한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많은 것 뿐만아니라 인터넷 산업을 위축시키고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

"망법 개정안이 한나라당의 당론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그렇지 않으며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많아 국회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소통위원장으로 소통이 무엇인지 고민이 많은데 소통은 듣는 것이며, 특히 힘이 있는 사람이 힘이 없는 사람의 얘기를 듣고 정부가 국민의 얘기를 듣는 것이었다"


정통망법 국회 통과가 어려운 이유

이를 두고 현재 국회 문방위 상임위에 상정돼 있는 정보통신망법의 국회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야당이 일제히 반대하고 있는 망법 개정안에 대해 여당의 핵심인사까지 반대하고 나선 것이 한나라당 내 새 기류를 반영한다는 것이죠.

그럼 이제부터 정통망법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1. 원래부터 통과가 어려웠다
현재 망법은 상임위에 기습상정은 됐으나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소위원회 심사조차 이뤄지지 못했습니다(원래 상정 되자마자 대체토론-법안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찬반토론-을 거친 후 소위 심사가 이뤄지는데 날치기 논란이 있다보니 4월에 예정되었던 대체토론 자체가 아직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임위 통과가 그리 쉬운 상황이 아닙니다. 여야 합의가 안되면 상임위원장이 직권 상정을 해야하는데 이런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상임위에서 통과가 안되면 본회의 상정이 어렵습니다. 폐기되는 것이지요. 물론 이 과정에서 여야가 독소조항을 삭제하는 일부 수정안을 놓고 통과를 시도하는 작업은 벌일 수 있겠습니다.

2. 여당의 새 기류로 통과가 더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의원까지 반대에 나서면 상임위에서 통과가 안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물론 정두언 의원은 문방위 소속이 아니어서 합의나 표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만 공식석상에서 "나와 같이 생각하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많다"는 발언은 한나라당 내 뭔가 다른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3. 국회의장이 본회의 직권상장은 안한다
상임위 통과가 안된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는 방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김형오 국회의장은 얼마전 직권상정은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지요. 최근 포털 CEO들과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김의장은 "인터넷은 자율과 창의가 살아숨쉬어야 하는 공간이며 정부의 규제는 적절하지 않다. 민간의 자율규제가 바람직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물론 김의장은 이전부터 IT나 인터넷에 대해 합리적인 시각을 가진 분이지만 민감한 시기에 굳이 직접 인터넷 기업 대표들을 불러 "할말이 있다"고 나선 것은 적어도 망법에 대해서는 직권상정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4. 본회의 상정이 되어도 당론 표결은 아닐 가능성이 있다
국회의 모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가 소통을 강조하고, 한나라당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방송법 등 국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다른 미디어법과는 달리 정통망법은 일반 이용자를 직접 겨냥했기 때문에 더욱 반감을 크게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판단이고요. 또 이런 인터넷 규제법안이 발의된 시기는 촛불 이슈가 한참 달아올랐던 시기였는데 1년쯤 지난 현재는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이버모욕죄 등이 한참 정점에 올라있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이 법안의 중요성이 약간 낮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본회의 상정이 되더라도 당론 표결이 아니라 의원 개인 표결로 갈 수 있구요, 한나라당이 강력하게 당론으로 밀어부치지 않는다면 굳이 나서서 네티즌들의 집중 포화를 맞을 이유가 없으니 의원들의 입장도 많이 엇갈리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야당은 전부 반대표를 던질 것이니, 여당 중 일부 인사가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도 통과가 안될 가능성이 커지지요.

따라서 정통망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이 4가지 단계를 다 뛰어 넘어야 하는데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이죠. 제 생각은 여기까지 입니다.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정두언 의원이 소통위원장으로서 그냥 개인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 뿐이다", "한나라당 정책위가 망법을 6월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으로 포함시켰기 때문에 당론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는 의견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 다른 분은 "방송법 등이 하도 중요하니 망법으로 빅딜을 할 수도 있지 않겠나"는 의견도 있었는데... 글쎄요 민주당이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좀 낮아보입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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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란잉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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