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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30 저작권 삼진아웃제, 프랑스보다 약하다고? (3)

7월 23일부터 새로운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효됩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상습적으로 불법 콘텐츠 복제물을 유통하는 이용자가
3회 이상 이런 행위를 할 때 개인 계정과 그 행위가 일어난 게시판이 정지됩니다.
그래서 일명 '저작권 삼진 아웃제'라고 불립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위원회에 의뢰를 해서 심사가 이뤄지지요.
정지기간은 6개월 이내이고 물론 정지 이전에 몇 번의 경고조치가 이뤄집니다.

네티즌들이나 진보단체, 민주당 등은 이 조항이 1) 개인계정 정지라는 처벌 수준이 지나치고 2) 자칫 디지털 콘텐츠의 활발한 유통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며 3) 정부 비판 내용이 올라오는 인터넷 게시판을 차단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삼진 아웃제가 프랑스에서 먼저 나왔었죠.
프랑스는 2007년 프랑스 최대 서적 및 음반 유통업체인 FNAC의 데니스 올리비엔이 작성한 올리비엔 보고서를 토대로 저작권 삼진 아웃제를 만들고 올해 입법 절차를 벌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했지만 최근 프랑스 헌법위원회가 IP 차단은 '사법부가 판단할 몫이며 제도로 결정할 것이 아니다'는 취지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위원회는 법 제정 후 위헌여부를 결정하지만 프랑스는 제정 전에도 위헌 여부를 가린다고 하네요..)
프랑스 정부가 다시 법을 가다듬어 입법을 재시도할지, 아니면 폐기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만
헌법위원회가 저작권 위반자의 IP차단 여부를 행정부가 아닌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맡긴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관련기사: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0906110177)

어찌 되었건 프랑스와 우리나라가 삼진아웃제를 들고 나오다 보니 '두 나라의 제도 중 어떤 것이 더 강하냐' 종종 논쟁이 벌어지는데요. 우리나라 문화부는 프랑스는 IP차단인 반면 우리나라는 계정(ID) 차단이기 때문에 프랑스 규제가 더 강하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인터넷 업계 등 다른 진영에서는 IP차단보다는 우리나라의 계정 차단이 실질적으로는 더 강력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논쟁을 보다보면 마치 강한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우리나라 정부도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도 좀 재미있죠^^*)

IP 차단이 더 강력한 제재일까요. 아니면 ID 차단이 더 강력한 수단일까요.

문화부의 말대로 언뜻 보면 프랑스의 삼진아웃제가 더 강해 보입니다. 차단 기간이 1년이어서 우리나라 6개월보다 길구요. IP차단이 인터넷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는 의미이니 더 강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나라마다 인터넷 환경이 다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삼진아웃제가 결코 프랑스보다 약하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인터넷에 접근하는 채널 자체가 다양하지 않고 대부분 학교나 집에서만 이용하기 때문에 IP를 차단하는 것은 인터넷 사용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침해를 하지 않은 가족 등 타 구성원이 IP를 새로 개통하지 않는 한 인터넷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고, 인터넷 접속 방지장치를 설치하도록 의무화 해놓은 것도 강력한 조치입니다.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삼진아웃제 비교>
 구분  우리나라  프랑스
차단 대상  복제 전송자 개인 계정(ID)  침해자가 사용하는 인터넷 계정(IP)
내용 - 개인 계정(e메일만 사용 가능)
- 특정 OSP의 게시판 서비스 
 - IP차단(인터넷 접속 방지장치 설치)
- 처벌 대상자 리스트 작성 및 관리
정지 기간  6개월  1년
자료: 2009년 6월 클린포럼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 장소의 IP가 차단이 되었다고 해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부지기수입니다. 학교, PC방, 회사, 곳곳에 깔려있는 무선 인터넷의 유동 IP 등등. 즉 문화부가 IP차단이 강력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시행하지 않은 것은 약한 걸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반면 우리나라는 SNS, 블로그 등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가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입니다. 몇년간 자신이 써온 블로그나 SNS의 ID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사이버 세상에서 자신의 역사를 잃어버린 것과도 같은 강력한 제재가 되는 것이죠. 얼마든지 새로운 ID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소셜 서비스나 커뮤니티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강력한 제재가 실제 문화부에서 타깃하고 있는 헤비 업로더나 상습적 특수유형의 OSP를 잡는데 제대로 쓰이냐는 점입니다. 상습적으로 불법 콘텐츠를 유통시킨 사람은 법을 위반한 사람이며 형사 혹은 민사처벌의 대상이지 계정 정지로 해결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의문입니다. 특히 상습적으로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계정을 달리해서 지금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저작권 삼진아웃제는 지능적으로 솔솔 빠져나가는 헤비 업로더나 악덕 사업주를 잡기에는 너무 약하고, 일반 네티즌들의 저작권 의식을 고취시키는 목적으로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입니다. 즉 각인 효과 정도는 있겠지만(법이 각인 효과 정도로 쓰이면 안되겠지요..) 그 정도를 위해 굳이 이 법이 만들어져야 하느냐는 것이죠.

이미 만들어진 법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그렇지만 이왕 만들어진 법이라면 후유증 없이 잘 집행하는 게 앞으로 할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즉시 일부 개정을 통해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 10월경에 공정이용에 대한 규정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지켜볼 일입니다.

참고로 법은 이렇게 됐지만 지금 문화부 저작권 정책을 맡고 계신 분들은 상당히 스마트하고 유연한 시각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위원회의 클린 포럼을 통해 저작권자와 인터넷 사업자들의 협의 테이블을 만드는 데도 열심이고 나름 상생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좋은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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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란잉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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