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제한적 본인확인제 등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아, 그때 유튜브의 제한적 본인 확인제 거부 및 한글 댓글 업로드 기능 폐쇄했을 때구나.

사실 지금도 잠복한 문제다.

인터넷에서 실명제가 이뤄져 모두가 민증 까고 얌전히 넷 생활하는 세상을 바라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인터넷의 익명성을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겐 대부분의 서비스에 e메일 주소만으로 가입 가능한 미국 웹서비스들은 익명성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아름다운 시스템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실제로 최근 미국의 메이저 웹서비스들을 보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힐 것을 상당히 강하게 요구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를테면 페이스북에 가입할 때는 '반드시 실명을 적으라'는 안내 문구가 나온다 (강제성은 없지만). 구글의 블로거닷컴 블로그들 옆에 붙은 (사진 포함한) 프로필은 어떤가? 다른 블로거닷컴 블로그에 댓글 달 때도 표시되는 이 프로필은 구글에 등록해 온 세상에 검색되게 할 수도 있다. (프로페셔널한 지식노동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텍스트큐브 블로그들의 댓글란에 달린 프로필 사진을 보며 나는 블로거닷컴의 프로필 정책이 텍스트큐브에도 일관되게 적용되는 느낌을 받는다.

워드프레스 댓글에 달린 프로필 사진, 디스커스 댓글 시스템에 달린 프로필 사진은 어떤가? 이들은 모두 프로필에 등장한 사람이 넷 전반에 걸쳐 일정한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은근히 압박한다. 내가 단 댓글이 어느 사이트나 쫓아다니는 디스커스를 생각해 보라.

트위터 역시 가라로 등록이 가능하다. 가장 최근에는 허경영 본좌님의 트위터 계정이 가짜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아, 총재님!)

하지만 트위터 등록할 때 실명과 실제 사진을 등록하라는 권고를 받는다. 자기 실명이나 사진, 아니면 자신을 알 수 있는 어떤 정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신뢰성에 의심을 사면서 주변으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적어도 트위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정보 교류를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결국 미국 웹서비스들은 사용자들에게 실명을 까라는 요구는 하지 않지만 적어도 일관된 정체성을 유지할 것은 요구하고 있다. '일관된 정체성'이란 곧 넷 상의 자기 언행에 대한 책임감이다.

굳이 민증을 까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요구되는 책임 있는 행동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특히 프로페셔널 지식 노동자들은 자신의 신원을 그대로 밝히고 있다. 이는 개인 브랜드를 파는 그들의 업의 특성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이 일관된 정체성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자신의 모습대로 사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정체성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아마 이는 주민등록증 체제가 없는 미국에서 실제 인간 관계가 발생하는 SNS에서의 익명 훌리건들의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업계와 사용자가 직조해 낸 문화일 것이다. 혹은 보다 유효한 사용자 데이터를 얻기 위한 인터넷 업계의 상업적 이해관계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됐건 업계와 사용자의 이해 관계가 얽히면서 자연스럽게 자율적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등장한 인터넷 세계는 현실 세계와 비슷하다. 나의 정체성이 대부분 그대로 드러나는 세상인 것이다. (아, 이것은 인터넷에 피해의식을 갖고 계신 보수 어르신들이 바라는 세상 아닌가?) 인터넷은 현실과 떨어질 수 없는, 현실의 도구임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일까?

얘기가 갑자기 엉뚱한 곳으로 튀지만, 이 시점에서 가상세계로서의 인터넷과 게임을 비교한, 최근 만난 어느 교수님의 말이 떠오른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또 다른 나를 창조할 수 있는 가상세계로 생각했다는 것.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넷은 현실의 연장이란 점이 명확해지는 반면, 게임이 또 다른 나를 창조할 수 있는 사이버 세계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뉴스레터에는 '인터넷'과 '게임' 기사가 함께 스크랩되어 있지만, 게임과 인터넷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얘기인 듯 하다.
흠, 뭐 어디서 다시 만나겠지~
Posted by 낮은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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